
수면 질환 자가진단, 혹시 필요하다고 느끼신 적 없으신가요? “어제 몇 시에 주무셨나요?”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현대인이 많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알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수면의 질을 돌아보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만약, 수학자가 여러분의 수면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어떨까요?
최근 EBS <취미는 과학> 채널에 출연한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는 ‘수학으로 수면을 연구한다’는 흥미로운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오늘은 그가 개발에 참여한 AI 기반 수면 질환 자가진단 방법을 통해, 병원 방문 전 내 상태를 1분 만에 점검하는 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수학자가 수면을? [슬립스 알고리즘]의 등장
수면 전문가가 아닌 수학자라니, 조금 의아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김재경 교수는 의학과 생명과학 문제를 ‘수학’이라는 언어로 번역해 컴퓨터로 연구하는 전문가입니다. 즉, 복잡한 생명 현상의 패턴을 함수로 찾아내는 일을 하는 셈이죠.
그는 병원에서 복잡한 장비를 붙이고 검사해야만 알 수 있었던 수면 질환을, 단 몇 개의 질문만으로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슬립스(SLEEPS) 알고리즘’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우리가 병원 방문을 망설이는 시간을 줄여주고,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미리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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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보: ‘슬립스(SLEEPS)’는 ‘SimpLe quEstionnairE Predicting Sleep disorders’의 약자로, 간단한 설문으로 수면 질환을 예측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분 만에 끝? 초간단 [수면 질환 자가진단] 방법
기존의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며 뇌파, 심전도, 호흡 등 수많은 센서를 부착해야 했습니다. 과정이 번거롭고 비용 부담도 있어 많은 분이 검사 자체를 포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슬립스 알고리즘은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습니다. 영상에서 출연진이 직접 테스트한 것처럼, 단 9개의 문항만으로 결과를 예측합니다. 심지어 이 테스트는 비용 없이(무상으로) 웹사이트에서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 1분 테스트 핵심 문항
슬립스 알고리즘은 다음 9가지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계산합니다.
- 기본 정보: 생년월일, 성별, 키, 몸무게
- 최근 2주간 경험:
- 1. 잠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 2. 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 3. 너무 일찍 깨서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 4. 현재 수면 상태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십니까?
- 5. (문항 5 – 영상에서 생략됨, 실제 테스트 시 확인)
내 수면 상태 확인하기 : 출연진들이 테스트한 사이트 입니다.
영상 속 출연진도 이 간단한 문항에 답하는 것만으로 본인의 수면 상태를 진단받았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충격적인 결과: [수면 호흡 장애]와 [불면증 테스트]
간단한 테스트라고 해서 정확도가 낮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 불면증 테스트 및 호흡 장애 테스트의 정확도는 매우 높은 편인데요. 영상 속 데프콘 님은 ‘수면 호흡 장애’ 위험도가 74.5%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는 실제 병원에서 검사받았을 때 수면 호흡 장애로 진단될 확률이 약 75%에 육박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다른 출연자는 ‘수면 호흡 장애를 동반한 불면증’ 위험도가 52%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 주의사항: 이 테스트는 진단이 아닌 ‘위험도 예측’입니다. 김재경 교수는 이 테스트에서 위험도가 높게 나오면(예: 50% 이상)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와 상담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나이나 성별, 키와 몸무게(BMI) 등이 같은 답변을 했더라도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남성이 수면 호흡 장애 확률이 더 높고, 여성은 폐경기 이후 확률이 높아지는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합니다.
AI는 어떻게 알았을까? (함수와 데이터의 비밀)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이 9가지 질문만으로 복잡한 수면 질환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데이터’와 ‘함수’에 있습니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집한 약 5,000여 명의 실제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켰습니다. 이 데이터에는 40개가 넘는 설문 문항과 실제 진단 결과(정상,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등)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설명한 ‘y=x+1’처럼, AI는 이 5,000명의 데이터에서 ‘특정 패턴(함수)’을 찾아낸 것입니다. 40개의 질문(x)을 넣었을 때 실제 진단 결과(y)가 나오는 패턴이죠.
놀랍게도 AI는 40개 문항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단 9개의 핵심 문항만으로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슬립스 알고리즘은 무려 90~95%에 달하는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마무리: 1부 – 당신의 수면은 안녕하신가요?
지금까지 카이스트 김재경 교수가 소개한 슬립스 알고리즘을 통해 수면 질환 자가진단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 단 1분 만에 내 수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수면 질환 자가진단으로 문제를 확인했다면, 이제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봐야겠죠?
다음 2부에서는 우리를 졸리게 만드는 ‘수면 압력’과 ‘수면 부채’의 정체, 그리고 우리 몸속에 숨겨진 ‘1주기 리듬(생체 시계)’의 비밀을 수학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